G야, 잘 있어?
학교는 잘 다니고 있는지 모르겠어. 네 하루가 행복한 하루하루였으면 좋겠다.
형은 여전히 창업 중이야. 이제는 진짜 사업자를 내고 내 회사를 꾸려가고 있어. 리더로서 무거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문득문득 너를 떠올리곤 해.
그때의 나는 참 어렸어. 눈앞의 목표와 성공에만 급급해서,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너라는 사람과 네 마음을 챙길 줄을 몰랐어. 창업팀이 되든 아니든, 그냥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다는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.
널 정말 아껴줬더라면 너의 몇 가지 결정들과, 네가 관계를 끝내는 과정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했는데. 그때의 나는 내 방식만 옳다고 생각하고 네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했어.
그 프로젝트로 창업하지 않는 결정을 받아들이고, 그냥 너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에 내 마음과 정신을 쏟으면 되었을 텐데. 우리가 함께하던 일이 오래갈 수 없었던 이유들, 어떤 두려움들과 불안함, 그리고 미숙함마저 사랑할 가치가 있었는데.
지금 생각해 보면 난 너와 점점 멀어진다고 느꼈었던 것 같아. 그게 두려웠나 봐. 네가 날 두려워하고 밀어낸다고 느껴졌던 순간도 있었고, 그게 너무 아팠어.
힘들다, 원망스럽다는 기분만 먼저 느끼고, 내가 널 정말 아끼고 사랑해서 그게 두렵다는 사실은 나중에 깨달았어.
난 너무나도 어렸던 거야.
“형, 뭘 잘해야 좋아해 주는 거 아니야.”
네가 해줬던 그 말이 이제야 가슴에 와닿아.
나는 늘 성과를 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으며 조급해했는데, 너는 아무 조건 없이 나라는 사람 자체를 믿어줬었지. 정작 나는 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헷갈려하며 도망쳤던 것 같아. 참 비겁했지. 그게 너에게는 얼마나 큰 부담과 스트레스였을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.
너와 멀어지고 참 많이 아팠어. 그 시간들을, 소중한 것을 깨닫지 못한 나에게 스스로 내린 벌처럼 받아들였어. 소중한 걸 잃어보니 비로소 내 실수들이 보이더라.
우리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날 있지? 그 이후로도 너를 향한 그리움이 가끔은 차오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넘쳐 버렸었어. 그럴 때마다 너에게 편지를 썼다 지우길 반복했지. 몇 번이나 편지를 썼는지 몰라. 그 편지들은 부치지 못한 채로 있어.
부끄러움 때문에 차마 보내지 못하고 고이 접어두었네.
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몇 개월간은 또 편지를 쓰지 않았어. 그렇게 또다시 몇 개월을 지나보내고 지금 쓰는 이 편지는, 이제 너에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서 비로소 부칠 용기가 생겼어.
요즘은 사업도 인생도 빨리 이루는 것보다, 내 사람들을 천천히 챙기며 걷는 법을 배우고 있어. 지금 당장보다 10년 뒤의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안목도, 어떤 이별이나 실패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도 조금은 생긴 것 같아.
이 모든 성장이 다 너 덕분이야. 네가 곁에 없던 시간조차 나에겐 큰 가르침이었고, 너를 기억하며 보낸 순간들이 참 고마워. 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스스로 깨닫게 해줬어.
그 시절의 나는 좋은 휴식처나 든든한 형이 되어주기엔 너무 서툴렀던 것 같아. 네가 원하는 사람이지 못했어서 미안해.
하지만 정말로, 정말로 늘 나는 너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었어.
같이 여행 가서 예쁜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, 같이 뮤지컬도 보고, 야구장도 가고, 네가 못 먹어본 것도 같이 먹고.
그런 좋은 친구이다가도, 너의 가능성과 재능을 늘 응원하고, 너의 성공에 함께 기뻐하고, 또 네가 힘들 때면 옆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어.
너무나도.
정말 너무나도 말이야.
또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 것도 같아. 참 많이 미숙했지.
후회가 있다면 그저 그때 많이 상처받았을 너에게 계속 상처를 더 준 내가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야.
그래도 이제는 바쁘게 일하면서도 소중한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곤 해.
나는 너 덕분에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었고, 앞으로도 네가 남겨준 것들 덕분에 더 단단한 사람이 될 거야. 사업가로서의 성공도, 사랑하는 이들과의 사랑도 두텁게 쌓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기도 할 테지.
사실, 나도 네가 뭘 잘해서 네가 좋은 게 아니었어.
난 너라는 사람 자체를 정말 많이 사랑했고 정말 많이 아꼈단다.
넌 나한테 너무 소중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래.
함께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여전히 소중할 수 있더라.
넌 나에게 최고의 사람 중 한 명이었어.
넌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예쁜 사람이야.
타인과 비교해서 너의 가치를 드높이기는 싫지만, 다른 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도록 넌 나에게 너무나도 아름답고, 실수와 두려움마저 사랑해주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었어.
너랑 함께할 때의 난 그러지 못했지만, 정말 그러고 싶었어.
몸 건강히 잘 지내.
언젠가 네가 나를 웃으며 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, 그때는 예전처럼 너를 몰아세우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밥 한 끼 사고 싶어.
많이 보고 싶었다는 내 진심이 너에게 잘 전달되기만 해도 나는 충분할 것 같아.
정말 편하게, 부담 갖지 말고 마음 내키면 연락 줘.
답장이 없어도 괜찮아.
정원이 형이.